2010년 11월 8일 월요일

Prologue II

이 짧은 곡은 처음이 가장 그럴듯하다. 머뭇거리는 듯한 두 마디에 이어 시퀀스로 음정이 순식간에 도약하더니 이내 튕겨나오듯 떨어진다. 이렇게 깜찍하게 주의를 환기시켜놓고선 '이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막상 본문은 별로 재미가 없다. 선율은 단조로운데, 그나마 신경써서 연주하지 않으면 선율이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애초 모호함은 의도됐고 선율은 악보에 표기된 형식일 뿐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심심한 악보를 최근에 꺼내서 연주해봤다. 물결 치는 오른손에 손가락 번호를 하나씩 매기고 9도로 펼쳐지는 왼손을 가능하면 작게 내려고 했다. 점차 선율이 드러난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묻혀진 선율'을 찾아가는 곡을 좋아하나 보다. 포레의 뱃노래 1번이 그렇고, 쇼팽 전주곡 8번이 그렇다. 잘 드러나지 않는 듯 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때론 노래라기보다는 독백과도 같은 느낌.

Prologue II - Yuhki Kuram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