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2년반 동안이나 먹였어요…” 세슘 분유에 엄마들 분노

"전 2년 5개월 동안이나 먹였어요."

한 엄마가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 옆에는 아이들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려는 모임(차일드 세이브) 회원 10여 명이 함께 있었다.

환경운동연합과 서울시가 각각 시중에서 유통 중인 분유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동후디스 제품에서 방사성 세슘이 미량 검출됐다. 평범한 엄마들을 오늘 11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환경운동연합과의 공동 기자회견에까지 나오게 한 것은 정부와 업체의 태도 때문이었다.

산양 분유는 우유에 비해 아기들이 소화하기 좋다고 알려졌고, 뉴질랜드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은 부모들이 2배 비싼 가격에도 일동후디스의 제품을 선택하게 했다. 더 안심할 수 있다고 여긴 분유 제품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는데도 해당 업체는 해명이나 사과 대신 조사를 실시한 환경단체와 소비자에게 엄포를 놓았다.

다른 한 회원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분유에서 세슘이 검출된 원인을 조사하고 소비자에게 해명해달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업체는 (검출된 방사성물질에 대해)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우리를 다른 업체로부터 사주받은 사람인냥 매도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이고 있었다"

식약청이나 검사를 실시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등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방사성 세슘의 기준치인 킬로그램당 370베크렐을 언급하며, 일동후디스 분유에서 검출된 1베크렐의 방사능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 했다. 앞서 한 회원은 이와 관련 "1베크렐 미만이라서 안전하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분유 한 통만 먹고 끝나는 게 아니다. 한 달이면 5통, 1년이면 50통 가까이 먹는다"며 "미량이라서 안전하다는 설명을 믿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이고 있었구나 하고 피눈물 흘리는 엄마들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정부와 업체에게 호소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국 위원장은 "이번에 세슘이 검출된 분유는 신생아용으로, 태어나서 6개월 이하 아이들이 먹는 제품"이라며 방사능 피폭에 더 취약한 유아에 대한 건강영향이 더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산양분유에서 세슘이 미량 검출됐다는 것은 자연에 가깝다는 증거로 안전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의 발언에 대해 김혜정 위원장은 "방사성 세슘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이라며 "기본적으로 세슘이 어떤 물질인지도 모르는 무식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기자회견에서 차일드 세이브 회원들은 기자회견문(아래)을 발표한 뒤 방사능이 검출된 일동후디스 분유를 버리는 행위극을 벌였다.